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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커버넌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알려줘...

by 무엇이든 읽음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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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커버넌트 포스터

프로메테우스의 떡밥을 회수해 주기를 바래

에이리언 커버넌트. 제목부터 살펴보자. 제목에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농축시켜서 몇 단어로 표현한 정수가 담겨있다. 이 영화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2017년 개봉했던 영화다. 에이리언(alien)은 '외국인 체류자, 이방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에이리언 영화에서는 외계 생명체(괴물)의 이름으로 고유명사로 쓰인다. 그런데 '커버넌트'는 익숙하지 않은 영단어다. 커버넌트(covenant)는 사전에서 '(특히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돈을 주겠다는) 약속[계약]'이라는 뜻이다. 외계 생명체가 돈을 주지는 않을 테니, 무언가를 정기적으로 주기로 한 약속이라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전작(?)으로 생각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제목의 뜻을 먼저 생각해 보자.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푸스의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서 인류에게 선물해준 신이다. 이름 그 자체는 '선각자', '먼저 깨친 자'라는 의미가 있다. 엔지니어라는 존재가 자신을 희생해서 인류를 만들어 냈고, 그 엔지니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가 '프로메테우스'였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그' 선지자, 인류를 만들어낸 존재가 자신의 피조물에게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이다. 조금 더 확장하자면, 자신의 피조물이 생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도, 종의 번식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아, 이는 물론 영화를 다 본 다음에 후향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전작 느낌인 '프로메테우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사실 커버넌트는 주인공들이 우주를 여행할 때 탑승하는 우주선 이름이다. 인간을 태우고 미지의 세계를 날아가는 도구(?)가 '약속/ 계약'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주인공들의 여정 자체가 창조주, 조물주의 약속을 통해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었다. 여행을 할 때 함께 하는 A.I 안드로이드 월터(마이클 패스밴더 분)는 죽지 않는 영생의 존재이지만, 또 다른 안드로이드 데이비드는 자신이 인류를 넘어섰다고 자각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피조물은 창조주인 인간을 지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을 초월한 안드로이드는 자가 복재 능력, 즉 생식능력이 결여되어 있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네오모프를 선택해서 커버넌트 호를 장악한다. 피조물인 안드로이드가 창조주인 인간을 궤멸시키려고 까지 하면서 손에 넣고 싶어 했던 능력인 '번식'능력은 결국 후손을 남기는 것이다.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드는 지금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에이리언의 계보를 잇는 SF영화라기보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나의 자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 철학책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나이를 먹어가니,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할 때가 문득 생긴다

종교적인 생각을 떠나서, 나이를 점점 먹어가니 영화를 영화 그대로가 아니라 내 경험들과 엮어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지금 내 자식들은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리고 약하다. 하지만 나와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보다 약하고 병드는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전자를 절반 희석한 다음, 후세로 남길 수 있는 첫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이어야 하는 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돌이켜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로 한참을 올라가게 된다. 그분들의 존재의 이유가 자신의 DNA를 절반씩 희석해가면서 어떻게든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었을까?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이 영화에서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영화, 가상현실, 소설, 만화 등으로 그 처음을 추리하지만, 언젠가 우리의 후손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그들의 처음이 어디였을지를 찾아 떠날 수 있다면, 그 여행선의 이름도 '커버넌트'일 것이다. 처음을 찾게 되면 그 처음이 약속한 해답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빨라진다고 한다.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간다. 그래서 이제는 점점 내가 어디서 온 건지, 내가 왔던 그 방향, 그곳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프로메테우스'는 나에게 이런 생각거리를 던졌다. 후속은 언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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