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멸하는 칼날
극장에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가 있고, 넷플릭스에 시즌1이 공개되어 있는 1기가 있다. 역대급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넘어서 일본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장판을 보기 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1기를 보고 내용을 대략이라도 알고 가야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의 1기 내용을 요약해 본다. 주인공 탄지로는 혈귀(흡혈귀)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여동생(네즈코)도 혈귀가 되어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네즈코는 혈귀가 되었음에도 오빠를 공격하지 않아 검객 토미오카 기유가 척살하지 않고 살려둔다. 네즈코는 피를 탐하지 않기 위해서 대나무 재갈을 입에 물고 다니며, 오빠 등에 곧잘 업혀 다닌다. 동생을 다시 인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귀살대에 들어가 모험을 시작한다. 귀살대에서 물의 호흡 같은 기술을 익히게 되고 도깨비들을 척살하는 과정에서 점점 강해진다. 극장판인 '무한 열차'편은 만화책 단행본의 7-9권의 내용을 커버하고 있다. 요괴의 나라답게 수많은 종류의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만화 원작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많다.
무한 열차에서 각자의 꿈에 갇히다
무한 열차에 숨어있던 혈귀(엔무)의 능력은 사람들을 꿈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가두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설정은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많이 차용되었던 것으로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모습, 사람, 성취가 있는 꿈속에 갇혀버린 사람은 보통 그 안에서 벗어나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설정에서는 거의 혼자의 힘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영화 인셉션에서 요원들이 다른 사람의 꿈속에 침투해서 임무를 수행할 때, 그것이 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각자가 토템을 소지하는 것도 임무 중의 상황이 현실인지, 아니면 벗어나야 하는 꿈인지를 알게 해 주는 도구였다. 또 다른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인공지능 칩 '스템'을 몸에 이식하고 아내를 죽게 한 자들을 벌하는 주인공의 육체를 갖기 위해 '스템'이 주인공에게 준 것 역시 그의 아내가 살아있는 꿈속의 공간이었다. 그곳에 갇힌 주인공은 결국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각자가 원하는 꿈을 보여준다면, 그 꿈에서 벗어나 씁쓸하고 아프기까지 한 현실로 돌아오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마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정착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아니, 현실이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 수도 있다.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기계가 인간을 양육하고, 거기서 전기를 얻는 시스템이 배경이다. 네오가 각성하여 'dream world'에서 벗어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는 명작이다. 여기서 인간들을 캡슐에 넣고 생체 전기와 체열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 인간들에게 인공지능 컴퓨터가 제공하는 것이 바로 '꿈'이었다.
꿈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깨기 힘든 감옥이다.
사람들을 그들이 원하는 꿈 속에 가두어 버리는 설정이 이렇게나 많은 것은 꿈의 그토록 강력한 힘 때문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이미 이루어진 상태를 상상하게 되면 뇌가 그 상태가 마치 실제 상태인양 착각하게 된다는 것은 많은 인지심리학 실험들에서 증명이 되었다. 스스로의 꿈을 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실제로 언행이 바뀌고, 그런 바뀐 자세 때문에 실제로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의 요괴의 능력처럼 '착각'을 한 상태에서 그 꿈에 갇혀버리는 것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엔무가 승객들에게 '숨 쉬는 것도 잊고 잘 자라'라고 자장가를 불러 재웠을 때, 네즈코가 승객들과 오빠를 혈귀술로 깨워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게임의 캐릭터의 능력치가 높아지면 스스로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그런 부류일 수 있겠다. 꿈이라는 소재로 풀어간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의 대흥행에 힘입어, '귀멸의 칼날-유곽 편'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원작의 혈귀술과 요괴들이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에 옮겨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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