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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퀄라이저, 모든 걸 밀어버리고 동점인 상태로 만들거야

by 무엇이든 읽음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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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형님. 지적인 분

Equal은 '=', 같다는 뜻이 아니던가

축구 경기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영어 단어, equalizer는 동점골을 넣은 선수에게 해설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면서 하는 말이다.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사람, 평형을 맞춰낸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로버트(덴젤 워싱턴)는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늘 잠에서 깨는 새벽 2시에 책 한 권을 들고 카페로 간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권의 소설을 모두 읽어내는 것이 목표인 그에게 갑자기 어린 콜걸이 말을 건다. '기사(knight)라는 존재가 없는 세상에 사는 기사 이야기'라는 로버트의 말에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라며 시니컬한 여자 아이를 그렇게 알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하지만 균형이 잡혀 있는 일상에 테리가 들어오면서 작은 파장이 일었다가 이내 다시 평형상태를 되찾는다. 익숙해진 즈음해서 테리가 러시아 포주에게 폭행당한 것을 발견하게 되고 로버트는 분노하게 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불균형인 세상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출동하게 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함이다. 일반인이 원하는 카타르시는 착하고 약한 사람이 강하고 악당인 적을 물리치는 것, 가난하고 신분이 천한 사람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사랑을 쟁취하거나 하는 것들이다. 전직 킬러로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약자의 입장에서 생활하는 로버트가 각성하고, 러시아 마피아 군단을 박살 내버리는 그 순간이 바로 이런 카타르시스가 만족되는 순간이다. 불균형인 상황이 반대의 불균형으로 확 넘어가는 순간.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을 잡게 된다.

이렇게 살고 있는 소시민 로버트가 어느날 삶의 의미를 찾으며 각성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날

영화의 검은 화면에 마크 트웨인의 가장 많이 인용되는 명언 중 하나인 'the two most important days in your life are the day you are born and the day you find out why'가 몇 초간 나온다. 아마 아내와 사별하고, 의미 없이 100권의 소설을 읽어내는 것이 생활의 전부인 로버트에게 삶의 의미, 살아야 할 why가 있었을까? 아마 테리를 알게 되고, 사회적 관계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콜걸인 테리일지라도 로버트에게는 why가 되었을 것이다. 'Start with Why'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도 위대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를 'why'에서 찾는다. 사업의 이유를 갖고 시작하는 기업은 힘든 상황이 와도 그 사업을 지속할 의미를 지키면서 버텨낸다. 하지만 why가 없이 사업만 영위하는 기업은 지속하지 못한다. 조금만 힘든 상황이 와도 휘청거린다. 델젤 워싱턴의 로버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직 특수요원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탁월했던 로버트도 가족과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후에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당신이 태어난 날, 그리고 왜 태어났는지 이유를 찾게 되는 날

무기력하게 평범한, 그러나 착한 동네아저씨로 살아가는 그에게 나타나 관계를 맺은 테리는 그가 다시 태어나게 한 의미가 되었다. 로버트에게 why가 되어주었으니. 그런 테리를 위해서 은퇴한 로버트가 다시 현업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삶이 극중 로버트처럼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의 삶처럼 무료한, 의욕이 없는, 갈 곳 없는 상태는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는 생활에 매몰되어서 하루하루를 그냥 당연하게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두 날 중 하루는 이미 생겼다. 이미 태어나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두 날 중 두 번째 날을 빨리 맞이해야 하겠다. 지금 내 생활을 생각해보면, 한 달을 살기 위한 월급을 벌고, 통장에 찍힌 잔고만큼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한다. 한 달을 치열하게 살아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되는 달의 그다음은 어김없이 조금 더 쓰게 된다. 그렇게 내 생활은 equililzed 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정적인 균형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더 늦기 전에 이렇게나 바둥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게 되는 상태를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라고 한다. 그 상태에서 equilized 되어서 생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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